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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에 절인 인삼
 김경태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일전에 제자가 졸업한 지 오랜 만에 찾아 왔다. 선생이 되면서 즐거운 일 중의 하나가 가르침을 받은 후 사회에 나가 지금 있는 곳에서 인정을 받으며 뻗어나가는 제자의 모습을 보는 것과, 제자가 한 번씩 찾아 와 그 동안 지냈던 일들을 나눌 때이다. 학생으로 있을 때는 잘못되거나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때는 야단도 친다. 그러다 보면 학생들의 표정이 숙연해지고 여학생의 경우 눈물을 흘리는 때도 있다. 나는 제자들을 대할 때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이르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노력하도록 채근한다. 그런데 막상 졸업하고 떠나는 제자들을 보면 내가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줄걸 하는 후회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아마도 내가 야단친 것에 대해 상처를 많이 받고 다시는 나를 보고 싶지 않겠지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는 달리 졸업한 제자들이 전화연락도 하고 이 메일을 보내기도 하며 가끔 찾아와 안부도 전하곤 한다. 그럴 때면 안도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한편으론 감사한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대기업의 바이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제자가 찾아왔다. 그러면서 선생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꿀에 절인 인삼 한 통을 가져 왔다. 인삼에는 사포닌이 많아 맛이 쓰지만 꿀에 절여 놓았기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있었다. 5-6년 된 수삼을 쪄서 천연 꿀과 올리고 당을 첨가하여 2달 정도 숙성시킨 다음 설탕을 묻히고 그늘에서 적당히 말린 것이었다. 그래서 말랑말랑하고 수분이 적당하며 홍삼 특유의 부드러운 향과 아울러 꿀맛이 있으므로 먹기가 좋았다. 인삼을 꿀에 절인 것은 쓴맛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보관하는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식품을 저장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곰팡이가 생겨 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꿀은 냉장고가 아닌 상온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보관해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꿀이 fructose라는 당이 함유된 용액으로서 농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설령 곰팡이가 꿀에 침투하더라도 곰팡이의 세포용액보다 꿀의 농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삼투현상이 일어나 곰팡이 세포로부터 물이 빠져 나가므로 곰팡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삼투현상은 반투막을 경계로 용질의 농도에 차이가 날 때, 농도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용매, 즉 물이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용질을 녹이는 용매는 반투막을 통과하지만 용질분자는 통과하지 못하므로, 농도가 낮은 쪽의 용매가 농도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면서 농도 차이를 줄이게 되는 것이다. 겨울 동안의 먹거리를 준비하면서 김치를 담글 때 진한 소금물에 배추를 담가두면 배추에서 수분이 빠져 나와 뻣뻣하던 배추가 풀이 죽고 절여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삼투현상 때문이다. 곰팡이 세포나 배추의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은 이중 지질막으로 되어 있어서 물은 어느 정도 통과할 수 있으나 물에 녹아 있는 용질은 통과하기 어렵다. 특히 물에 잘 녹는 친수성 용질과 같이 극성을 띠고 있는 것들은 지질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포막은 반투막으로 작용을 하게 되어 세포 바깥의 농도가 높은 환경에 처하면 삼투현상에 의해 용매인 물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게 된다. 결국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세포 안의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므로 물이 부족해서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어 진다. 젓갈을 담그듯이 식품을 저장할 때 진한 농도의 소금이나 설탕을 이용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원리에 따른 것이다. 

크리스천의 삶도 깊은 신앙의 농도에 절여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주님의 제자다운 모습이 우러나야 한다. 나의 생각이 주님께 초점이 맞추어지고 주님께서 나를 통해서 이루시고자 하는 목표를 바라보고 쉼 없이 전진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사탄은 끊임없이 침투를 한다. 우리를 넘어뜨리고 우리로 하여금 좌절하여 힘없게 만들어 주저 앉도록 시도한다. 그러나 우리 신앙의 농도가 높으면 영적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 사탄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 우리의 삶을 부패하도록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앙의 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우리의 생각에 불신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주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요구된다.

성서의 출애굽기를 보면, 야곱이 모든 식솔을 이끌고, 아들 요셉이 총리로서 다스리고 있는 이집트로 내려가 살기 시작한 지 400년이 지난 후 이스라엘 민족의 수는 많아졌다. 이집트의 화려하고 강대한 문명의 젖줄을 이용하여 이스라엘 민족은 거대한 민족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강성해지자 이집트의 파라오는 이스라엘 민족을 억압하고 탄압하였다. 하나님께서는 고통에 신음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땅,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기를 원하셨다. 이집트를 떠나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께서는 직접 올라가 그 땅을 취하라고 하신다. 가나안 땅에는 일곱 족속이 아직도 살고 있었지만, 그 땅의 소유권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넘겨 주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셨기 때문에 필연적인 승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순종이었다. 하지만 가나안 땅을 돌아보고 온 정탐꾼들의 보고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낙담하였다. 가나안 족속들은 키가 크고 장대하였고 힘이 강한 족속이었으며 그들이 살고 있는 성곽은 크고 견고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쉽게 물리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게 보이지 않았다. 눈 앞에 다가온 현실 앞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주저하였다. 가나안 족속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족속과 싸우라고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갑옷을 주지 않으셨고 철병거를 만들어 주시지도 않았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진 것은 그 땅을 네게 주리라고 한 약속의 말뿐이었다. 이집트 파라오의 폭정으로부터 너희를 해방하여 이끌어 낸 것처럼 이번에도 너희를 위해 싸우시겠다는 약속의 말만 이스라엘 백성의 귀에 남아 있었다. 지금 내 손에 갑옷과 최신의 무기가 들려지는 것보다 단지 내 귀에 들리는 하나님의 음성에 대해 이스라엘 민족은 불신한 것이다. 하나님의 말만 믿고 올라 갔다가 가나안의 강한 군대 앞에 궤멸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 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말씀을 통해 약속을 하시고 그 약속을 일깨워 주시지만, 당장 내 손에 가시적인 것이 잡히지 않고 지금 내가 바라는 일들이 눈 앞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하나님을 불신하기 쉽다. 이 때 사탄은 우리의 마음을 파고들어 두려움의 씨앗을 심는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머뭇거리게 하고 결국에는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앉게 한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내게 홍수처럼 쏟아지는 부정적인 정보들로 인해 우리는 쉽게 포기하고 만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우리의 신앙의 농도를 높이는 일이다. 사탄이 심어주는 생각이 신앙의 삼투압에 의해 녹아질 수 있도록 기도하며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해야 한다. 될 수 없다고 하는 수 많은 조건들 속에서도 주님께서 명령하시고 가리키시는 것들을 바라보고 믿음으로 걸어가는 태도를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요구하신다.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우리 각자에게 주어지는 약속의 말씀을 붙들고 그 약속을 신뢰하며 용감하게 걸어가기를 소원해 본다.

출처 : '과학으로 하나님을 만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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