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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신앙
 김경태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제가 사는 아파트 옆의 야산에 대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밤에 가로등에 비쳐지는 빽빽한 대나무 숲은 마치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두터운 울타리 같이 보인다. 겨울철의 쌀쌀한 날씨에 대부분의 나무들은 여름에 무성했던 잎을 잃어 버리고 앙상한 줄기와 가지만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대나무는 여전히 푸르름을 간직하며 곧게 서 있다.

대나무는 씨앗을 심은 후 처음 4년 동안은 땅 위에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4년 동안 땅 속에서만 자라기 때문이다. 그 동안에 섬유질의 뿌리 구조가 형성되는데 땅속으로 깊고도 넓게 퍼진다. 그러다가 5년째가 되면 드디어 땅 위에 솟아 있던 죽순으로부터 대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는데 키가 가장 큰 것은 25미터 이상 성장한다. 죽순은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까지 나오는데 매년 같은 양의 죽순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많이 나오는 해와 죽순이 적게 나오는 해가 교대로 있기도 하며 주기성이 2-3년 후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대나무는 죽순이 지상으로 나온 후부터는 대단히 빠른 성장을 보이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경까지 빠르게 자라고 건조할 때보다는 습기가 많을 때 잘 자란다. 그리고 기온이 낮을 때보다는 기온이 높을 때 빨리 자라므로 여름에 비가 온 후에 습기가 많고 기온이 높을 때 가장 왕성한 성장을 보인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있듯이 비가 온 다음 습기가 많고 기온이 올라가면 부쩍 자라는 것이다. 왕대의 경우 하루 동안에 빠르면 60cm정도까지 자라는데 일본에서 측정한 자료를 보면 최고 1m 20cm까지 자란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대나무가 하루 동안 생장하는 것이 소나무가 30년 동안 자라는 길이와 같다고 한다.

이렇게 빨리 자라는 이유는 소나무의 경우 생장점은 가지 끝에만 있는데 반해서 대나무는 생장점이 마디마다 존재하기 때문에 식물 호르몬인 지베렐린과 오옥신이 많이 분비되어 길이 성장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성장을 시작하면 성장하는 속도가 크기 때문에 생장이 일찍 완료된다. 대나무의 종류마다 다르지만 왕대의 경우 대개 30일-50일만에 성장을 완료한다. 다 자란 후에는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나무의 재질이 단단하게 된다.

이렇게 빨리 자란 다음 오랫동안 있다가 꽃을 피우게 되면 대나무는 죽는다. 대나무의 종류에 따라 개화시기가 다르지만 30년-60년 혹은 120년이 지난 다음 꽃이 피는 경우도 있는데 일단 꽃이 피기 시작하면 유행병이 퍼지듯 주변의 나무들마다 꽃이 피고 다른 지역의 대나무 숲으로까지 차례로 개화하게 되는 신기한 현상을 보인다. 대나무의 일생을 바라보면 죽순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 땅속에서 준비하는 시기가 있고 일단 성장하기 시작하면 신속하게 자라고, 이후에는 오랜 기간 동안 푸르름을 자랑한다.

우리의 인격과 신앙도 갈고 닦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인격의 변화는 일순간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몸은 편안해지려는 쪽으로 움직인다. 좀 더 편하고 좀 더 안락한 곳을 찾으며 좀 더 쾌감을 느끼는 것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도록 작동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향과는 반대로 움직여야 지금보다 더 강인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 육체적인 건강과 이를 지속시킬 수 있는 단단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편안한 소파에서 박차고 일어나 운동장으로 나와야 한다. 정신적인 깊이를 얻기 위해서는 이불을 걷어 치우고 침대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리고는 시간을 아껴서 손에 책을 잡고 머리 속에 지식을 하나씩 쌓아가야 한다.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마찬가지 이다. 성숙한 신앙으로 자라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효과적으로 감당하며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배우고 깨달은 말씀대로 실천에 옮기면서 살아있는 신앙으로 변모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일은 당장에 즐겁지 않을 수도 있고 물질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내 몸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자 하는 방향과는 역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일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주님께서 중요하게 사용하시는 요긴한 일꾼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육적, 지적, 영적인 훈련을 하면 대나무가 비 온 후에 쑥쑥 자라듯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훌쩍 커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땅의 영적 부흥을 갈망하며 기도한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알며 주님을 인생의 주인으로 고백하는 일들이 편만하길 고대하며 기도한다. 부흥의 불길은 대나무 죽순과도 같다. 타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린 신자들을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성숙된 그리스도인이 되기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우리의 인격이 미흡하여 주님의 일꾼으로 부끄럽게 비쳐진다면 부흥의 시간은 늦어질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퍼지며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인격적으로도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모세는 비록 히브리 노예의 아들로 태어나 나일강에 버려지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졌으나, 극적으로 이집트 공주의 손에 의해 건져져 공주의 아들로 입적이 되어 당대 최고로 부강한 나라 이집트의 왕실에서 왕자수업을 받았다. 40년 동안 당대의 최고 학문과 통치 및 군사 훈련을 받았다. 히브리 노예를 괴롭히는 이집트 군사를 때려 죽일 정도로 모세의 몸은 강건하고 정의감으로 충만했으며 그의 지성은 누구보다 폭이 넓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하나님의 일꾼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이집트 군사를 죽인 혐의로 쫓기는 신세가 된 모세는 호화로운 왕궁이 아니라 황량한 미디안 광야에서 40년을 지내며 절제와 겸손의 훈련을 받으며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가고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는 영적인 훈련을 받았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수준에 올랐을 때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로부터 구원하여 인도하는 지도자로 세워졌다. 참으로 인고의 긴 세월을 보냈다. 준비된 그릇으로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훈련의 기간을 통과하도록 했다.

현재의 우리 삶을 돌아 보면 기쁨을 줄 때도 있고 좌절감을 느끼게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목표의식을 가지고 차곡차곡 준비하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부흥의 계절이 올 것이다. 대나무는 매화, 난초, 국화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일컬어져 왔고, 특히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하여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여름의 뜨거움과 겨울의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있는 대나무를 바라보며 세상의 조류에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이 가르치는 대로만 살겠다는 삶의 철학으로 오늘 하루도 절제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어가길 소원한다.

 

출처 : '과학으로 하나님을 만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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