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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신비②] 인간게놈 해독 완료, 희망의 시작인가?
 이은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한국창조과학회 전임 회장(6대)

지난달 26일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 민간연구기업인 셀레라제노믹스 회사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와 나란히 서서 역사적인 인간 게놈 해독이 완성되었음을 발표했다. 이에 각 매스컴은 인간의 무병 장수 시대가 열린 것처럼 대서특필했다. 과연 그럴까. 단지 그런 길로 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발견됐을 뿐이다.

인간게놈을 모두 해독했다는 것은 인간 유전자(DNA)의 모든 염기 순서를 다 알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염기라는 것은 유전자를 구성하는 4가지 성분을 말한다. A,G,C,T 다. 유전자 4개의 염기를 컴퓨터의 ‘플러스(+), 마이너스(-)’ 두개의 부호로 비교할 수 있다. 컴퓨터는 이 ‘+, -’ 두 개의 부호를 가지고 모든 말을 만든다. 8비트 컴퓨터란 ‘+, -’부호를 8번 사용하여 컴퓨터 언어를 만드는 것이고, 16비트 컴퓨터란 ‘+, -’부호를 16번 사용하여 더 복잡한 말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유전자도 마찬가지로 A,G,C,T 네 개의 부호를 가지고 말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유전자는 30억쌍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 게놈 해독을 완료했다는 것은 4개의 염기가 어떤 순서대로 30억개를 이루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염기 순서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지, 그 염기들이 모여서 어떤 말을 만들고 있는지는 아직 다 모르는 상태이다.

인간 게놈의 해독은 마치 뜻 모를 고대 문서 전체를 발견한 것과 같다. 고대 문서 중에 일부 문자를 해독하기 시작하면, 나머지 전체 고대 문서를 해독하게 되는 것처럼 일부 유전정보가 해독되었기 때문에 전체를 알게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인간 게놈은 인류가 출현한 이후 사람들의 세포 속에 감추어져 있던 인간의 설계도이다. 이제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들어지게 된 설계도를 갖게된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발전이지만 인류에게 유익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간 게놈 해독 발표 과정을 보면서 그런 염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을 느낀다. 인간게놈사업은 원래 미국의 주도 아래 1990년에 시작해 15년 계획으로 30억달러를 투자한 어마 어마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어떤 한 사람의 유전자 전체(게놈)의 염기서열의 순서를 밝히기 위해 여러 나라가 참여한 초거대 생명과학사업이다. 이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초창기에 예측하지 못했던 여러 신기술이 개발돼 염기서열 결정 완료를 예정보다 2년 앞당긴 2003년으로 수정 발표하였다.

인간게놈사업이 완성되면 이 계획에 참여한 여러 나라들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그 정보를 무상으로 공개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런데 3년 전에 벤터 박사는 셀레라제노믹스라는 민간 기업을 세우고, 독자적인 방법으로 인간게놈 염기서열을 연구해 올해 안으로 인간 게놈 염기서열 규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인간게놈사업을 주도한 미 국립 인간 게놈연구소(HNGRI)의 소장인 콜린스박사와 셀레라제노믹스의 벤터 박사가 공동으로 염기서열 결과를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다국적 국가와 일개 민간회사간의 경쟁은 자존심 싸움에 앞서 지적소유권이란 엄청난 이권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이런 이권 다툼은 필연적인 것이다. 완전한 인간게놈 염기서열이 공개되고, 더 많은 유전정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질병을 진단하고 예방하는 의학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태아의 유전자 검색을 통해 유전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예측의학의 시대가 올 것이며, 아울러 각 개개인의 유전자 차이에 따라서 처방약이 달라질 수 있는 개인별 의학이 발달할 것이다. 또한 DNA 칩(다량의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하는 기술) 등을 사용하여 개개의 유전자연구가 아닌 다량의 유전자들의 유기적인 변화를 관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과학자들이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 연구하는 것에 대하여 보상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바로 생명과학 연구 결과가 연구를 한 과학자나 기업의 독점적인 소유물로 된다는 점이다. 다국적 기업 등 거대 기업들이 이런 결과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아프고 병든 사람들 또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경제적으로 이런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혜택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이미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에서는 보편화된 예방접종 기술이,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에서는 이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개인의 유전정보를 잘 알 수 있게 되는 상황이 되면,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이런 정보가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이런 유전정보가 사람을 차별하는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유전정보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만으로 취직이나 보험 가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지금도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에게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B형 간염을 앓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혈액검사에서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서 차별을 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이런 것들이 차별의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과학의 발전이 가져오는 가장 부정적인 측면이 사람을 존중받아야할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유전정보에 의해 결정되는 물질의 집합체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과학만능주의의 피해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모든 것이 유전정보에 의해 결정된다는 물질주의적 사고에 기인하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에 대한 것도 유사한 위험성을 갖고 있다. 유전자 치료란 질병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고장난 유전자를 고치는 것은 선천성 유전질환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줄이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람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일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인간게놈을 해독했다고 하지만, 단지 염기서열만을 안 것이지 사람의 유전정보에 대하여 모두 해독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모두 해독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로 사람에게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완전히 알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제한된 지식으로 잘못된 유전자로 생각한 것이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 그 결과는 엄청날 수 있다. 왜냐하면 한번 바뀐 유전정보는 대대로 자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인간게놈 염기서열을 밝힌 것은 대단한 과학의 진보이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 인류의 희망이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발전된 과학기술을 사람이 어떻게 선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의 생명과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와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만드신 설계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눈부신 생명과학의 발전도 아주 제한된 부분적인 지식임을 알고, 겸허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은일 교수<고려대 의대>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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